계 모임과 대여가 뒤섞인 사기 혐의, 편취의사 판단의 핵심은?

1. 사건 배경

이 사건은 오래도록 자금을 주고받아 온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양측은 서로가 운영하는 계에 가입해 계금을 납입하고, 계금채권을 서로 상계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특정 시점에 대여와 계금 수수, 변제 논의가 겹치며 형사상 사기 혐의가 제기되었습니다. 

공소사실의 큰 줄기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피해자에게서 받은 거액의 계금 및 대여금이 애초부터 변제의사·능력 없는 편취였다는 주장, 

다른 하나는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받은 계금 역시 묵시적으로 기망하여 편취했다는 주장입니다. 

변호인은 초기부터 민사적 정리의 틀, 즉 상호 가입한 계의 상계와 이후의 변제 약속, 그리고 실제 변제와 담보 제공의 흐름을 강조합니다.

2. 사건 전개

시간 순으로 보면, 피고인은 2014년 1월 초순경부터 며칠 사이에 상대방으로부터 계금과 대여금을 수령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4월 10일에는 상호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고, 그 약정에 따라 아파트를 대물변제로 이전하거나 자신이 보유하던 채권을 양도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밖에도 일부 현금 상환이 이루어졌고, 다른 사건 축에서는 계의 부실을 막기 위해 계주로서 자신의 금전으로 미지급분을 메우며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대여 한 건이 아니라, 계·대여·상계·대물변제·채권양도·담보 제공이 엮인 복합적 자금정리의 모습이었습니다.

3. 증거와 진술

검찰 측은 피고인이 금원을 수령할 당시 별도 수익이 없었다거나, 대물변제로 제공한 부동산의 현금화가 어렵고 양도한 채권 역시 회수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들어 애초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다른 계원이 납입을 중단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계금을 받은 행위는 묵시적 기망에 해당한다고도 봅니다. 반면 변호인은 사건 당시 피고인의 자금 사정을 보여 주는 계좌내역, 실제로 이루어진 대물변제와 채권양도, 일부 상환의 이력, 담보 제공 사실 등을 근거로 들어 금원 수령 당시부터 편취의사를 단정할 수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더불어 계원 간 상계와 민사적 정리의 맥락을 고려하면 형사상 사기로 비약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4. 원심의 판단

원심은 크게 두 축에서 편취의사 인정이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서로가 상대방의 계에 가입해 상계를 전제로 관계를 정리했고, 아파트 대물변제와 채권양도 등 실질적 변제 조치가 진행된 점을 중시했습니다. 

둘째, 다른 계원 미납으로 계가 흔들린 상황에서도 피고인이 자신의 자금으로 계를 존속시키려 했고 일부를 지급했으며, 부족분 담보로 고가 목걸이를 제공한 사정이 드러난 이상 애초부터 편취하려는 범의를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판단은 원심 단계의 법리 평가일 뿐, 최종 판결 선고 결과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5. 항소의 쟁점

검찰의 항소이유는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금원을 수령한 시점에 변제능력·의사가 없었다는 점, 

둘째, 대물변제로 제공된 재산이 현금환가가 사실상 어렵고 양도된 채권도 실질 회수가 안 되는 점, 

셋째, 다른 계원 미납을 알리지 않은 채 계금을 받은 것은 묵시적 기망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변제약정과 그 이행, 자금흐름과 담보 제공의 실체가 분명하며, 기망을 뒷받침할 독립된 증거 없이 사후의 불이행 내지 분쟁만으로 형사사기까지 확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합니다.

6. 관계 법령 해설

사기죄는 타인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합니다. 구성요건은 기망, 착오, 처분행위, 인과관계 그리고 편취의사입니다. 

실무에서는 특히 금전거래에서 차용 당시의 변제의사·변제능력 유무가 쟁점이 됩니다. 

단순한 채무불이행 자체는 민사문제일 뿐 형사상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기죄를 규정하며, 적용에 있어서는 거래 경위, 당사자 관계, 담보 제공, 사후 변제 양태, 위험 인지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합니다. (형법 제347조)

7. 판례로 보는 판단 기준

첫째,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편취의사를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 차용 당시 변제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 변제를 거부하더라도 형사상 사기가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거래 이행 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밝힙니다. 

둘째,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은 계속적 거래관계나 친분관계 등으로 대주가 차주의 신용상태를 인지해 장래 변제지체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차용 당시 변제의사·능력에 관해 허위사실을 말하는 등 다른 적극적 사정이 없는 한 사후의 불이행만으로 편취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형사항소심의 심리·증명 법칙을 재확인하며, 제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으려면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두 판례의 기준을 본 사건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상계 전제의 계 관계, 대물변제 및 채권양도, 일부 상환과 담보 제공 등은 차용 당시의 변제의사·능력을 부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기능합니다. 반대로, 실제로 차용 시점에 허위의 재산상황을 고지했거나 변제계획을 가장했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되면 편취의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바뀔 수 있습니다.

7. 실무 팁

  • 민사·형사 경계 관리
    계·대여가 혼재된 관계라면 거래 초기에 합의 문서를 촘촘히 남겨야 합니다. 사실확인서, 상계표, 변제계획표, 담보 제공 합의서, 채권양도 통지 등은 모두 형사화 방지에 유효한 자료가 됩니다. 사후에 분쟁이 생기면, 위 문서와 계좌이체 내역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민사적 정리의 실체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담보·대물변제의 실질성 확보
    대물변제는 등기·인도 등 외형을 갖추는 것에 더해, 담보물의 평가와 환가 가능성에 관한 자료를 남겨 두십시오. 후일 “현금환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편취의사가 추단되는 것을 막는 증빙입니다.

  • 묵시적 기망 리스크 관리
    계 운영에서 다른 계원 미납 등 위험정보를 상대에게 알리지 않으면 묵시적 기망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당시의 통지, 경고, 대체납입 내역을 메신저·이메일로 남겨 둔다면 형사상 기망 인과관계 다툼에 도움이 됩니다.

  • 검토·대응의 타이밍
    고소가 제기되면, 차용 당시의 거래환경과 상대방의 위험 인지 가능성, 이후의 변제·담보 제공 경위, 민사소송 경과를 하나의 표로 정리해 변호인에게 신속히 제공하십시오. 항소심 단계라면 제1심의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새로운 증거가 무엇인지도 선별해야 합니다.

8. 결론

이 사건의 핵심은 차용·계금 수령 당시의 사정입니다. 상계 전제의 계 운영, 사실확인서에 따른 변제 약속과 이행, 대물변제와 채권양도, 일부 상환 및 담보 제공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단순한 사후 불이행만으로 편취의사를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차용 당시 허위사실 고지 등 적극적 기망이 입증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종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여 형사와 민사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작업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전문 변호사가 직접 운영하는 ‘내 사건 가상토론방’을 통해 본인의 사건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